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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철학

'이생망'이라고? 지금 잘 살아야 그 끗발로 다음 생도 있어!

시골편지 2025. 4. 25. 21:52

 

요즘 젊은 친구들은 줄임말이 일상입니다. 그런 말들은 참 기발합니다. 인생을 진지하게 대하는 철학도 있습니다.

 

한때 '이생망'이란 말도 자주 들었는데 요즘은 들리지 않습니다.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입니다. 인생이 녹록치 않다는 걸 일찍 알아버린 젊은이들의 체념은 아닐까 해 안타깝습니다.

 

입시, 취업, 내 집 마련 등등 버거운 현실 앞에서 “이번 생은 글렀고 다음 생에 멋지게 다시 잘 살아보자”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일 겁니다.

 

애잔하지만, 말 속엔 그래도 ‘다음’이란 희망도 담겨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음 생이 있다고 믿는다면 이전 생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태어나고 죽고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믿는 게 아닐까요? 흔히 윤회라는 것 말입니다.

 

우린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전생에 죄가 많았나봐…” 혹은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길래!" 이런 말을 합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하는 말도 합니다.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전생을 입에 올립니다.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날 때도 “다음 생엔 좋은 곳에서 태어나길.”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란 말을 쉽게 합니다. 다음 생을 믿지는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죽으면 다 끝이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 말을 하는 속마음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전생도, 다음 생도 믿습니다.

 

이 정교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고작 백 년을 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웃고, 화내고, 사랑하고..., 그런 의식과 감정들을 의미없이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 믿습니다. 살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그렇게 간단히 사라진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의 생각과 감정, 행동 하나하나를 나도 모르는 어딘가에 저장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컴퓨터를 쓰다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사는 순간 하나 하나가 컴퓨터 속에 파일처럼 어떤 것은 HWP로 또 어떤 것은 JPG, PDF로 어딘가에 저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제 살며 저장했던 삶을 오늘 불러와 도돌이 표로 살고, 오늘 저장한 감정들을 불러와 내일을 살아가는 것이 이번 생이고 다음 생이 아닐까요?

 

그걸 믿는다면 오늘의 사는 소프트웨어가 곧 우리의 본질입니다. 하드웨어는 그저 껍데기일 수 있습니다. 잘생기고 못생겼는지, 키가 크든 작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견고하고 디자인이 멋지고 품질이 좋으면 더 훌륭하겠지만 그건 본질이 아닙니다.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게 바로 저장돼 다음에 불러올 수 있는 정보입니다.

 

지금 이 순간은 다음 생을 위한 저장 중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전생을 지나 내생으로 가는 ‘영생의 길목’일지도 모릅니다. 삶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지우고 잊혀져도 디지털 포렌식처럼 언젠가 다시 불러와질지도 모릅니다.

 

‘이생망’ 했다고 그 모든 걸 지우고 다음에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잘 살아야 그 끗발로 다음 생도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잘 살아야 하는 하루입니다. 그게 내가 다음 생을 더 잘 살게 할 수 있는 힘이고 다음 생에 거는 작은 희망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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